지난 15년 가까이 반도체 업계를 움직인 질문은 단순했습니다. 누구의 프로세서가 가장 빠른가. 메모리도, 패키징도, 냉각도, 네트워크도 그 하나의 경쟁을 둘러싼 조연이었습니다.
8월 31일 월요일 타이베이에서 포럼 일정을 시작한 SEMICON 타이완 2026은 다른 질문 위에 세워져 있습니다. 이번 주 거의 모든 세션은 어떤 식으로든 칩과 칩 사이의 전선이 칩의 속도를 따라갈 수 있느냐를 다룹니다.
SEMI의 글로벌 최고마케팅책임자이자 대만 사장인 테리 차오는 행사에서 이를 한 문장으로 정리했습니다. 오늘날 AI 시스템에서 데이터를 옮기는 일이 연산 자체보다 더 많은 전력을 쓸 수 있으며, 그래서 개별 칩의 성능이 아니라 시스템 구조가 새로운 병목이 됐다는 것입니다.

구리선이 더 못 버티는 이유
그 문장 뒤의 물리는 어렵지 않고, 이번 주 일정 전체를 설명해 주기 때문에 알아둘 만합니다.
오늘날 대형 AI 클러스터는 수천 개의 가속기와 스위치, 메모리 사이에서 노드당 초당 100테라비트를 넘는 속도로 데이터를 실어 날라야 합니다. 구리도 그 정도는 나릅니다. 다만 공짜가 아니고, 멀리 가지도 못합니다.
구리를 통한 전기 신호는 거리에 따라 뭉개지므로, 받는 쪽에서 이퀄라이제이션과 리타이밍 회로로 신호를 복원해야 합니다. 그 회로가 쓰는 전력은 데이터 속도에 비례해 늘어납니다. 구리를 빨리 밀수록 전력 예산에서 일을 하는 몫보다 전선을 고치는 몫이 커진다는 뜻입니다.
어느 속도를 넘어서면 연산을 더 붙여도 소용이 없어집니다. 데이터를 옮기며 나오는 열이, 가속기를 하나 더 붙여 얻는 성능보다 빠르게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쉽습니다. 창고는 포장 인력을 더 뽑을 수 있지만, 하역장과 바깥 도로 폭이 그대로라면 사람을 늘려봐야 줄만 길어집니다. AI 클러스터가 한계에 부딪힌 곳은 창고가 아니라 도로였습니다.
여기에 대한 업계의 답이 코패키지드 옵틱스, 줄여서 CPO입니다. 스위치 앞면의 착탈식 모듈에서 전기 신호를 빛으로 바꾸는 대신, 즉 구리 배선 수 센티미터를 지나서 바꾸는 대신, 광 엔진을 스위치 칩과 같은 패키지 안에 넣는 방식입니다.
전기가 지나는 길이 센티미터에서 밀리미터로 줄어듭니다. 이 기하학적 변화 하나로 이퀄라이제이션 부담 대부분이 사라지고 전력 손해도 함께 사라지며, 정해진 패키지 가장자리 길이에서 뽑아낼 수 있는 대역폭이 올라갑니다.
게다가 빛은 구리처럼 거리를 따지지 않습니다. 신호가 일단 광섬유 속 광자가 되고 나면 옆 랙까지 나르는 추가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데, 바로 그것이 AI 클러스터가 겪는 문제입니다.
발표 자료가 발주서로 바뀐 해
CPO는 10년 가까이 업계 로드맵에 등장해 왔습니다. 2026년이 다른 이유는 그것이 로드맵 항목에서 벗어나, 납기가 붙은 제조 문제가 됐다는 데 있습니다.
TSMC의 컴팩트 유니버설 포토닉 엔진, 이른바 COUPE 플랫폼이 올해 양산에 들어갔고, CPO 스위치 패키지를 겨냥한 COUPE 온 서브스트레이트 방식도 함께 전개되고 있습니다. TSMC는 지난 4월 실리콘 포토닉스 산업연합 포럼에서 이 기술의 확산을 좌우할 세 가지를 지목했습니다. 웨이퍼 단계 테스트, 파이버 어레이 유닛, 고속 광 패키징 조립입니다.
셋 다 사소한 문제가 아닙니다. 포토닉 웨이퍼를 테스트한다는 것은 전압이 아니라 빛을 측정한다는 뜻이고, 5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팹에 없던 장비가 필요합니다. 파이버 어레이 유닛은 유리 섬유를 칩 위 도파로에 마이크로미터 이하 정밀도로, 그것도 대량으로, 사람 손을 거치지 않고 정렬하는 물리적 과제입니다.

이 플랫폼 뒤로 모여든 공급망 명단이 이번 전환을 실감 나게 만듭니다. 엔비디아는 COUPE를 두고 TSMC와 협력해 왔고, CPO를 적용한 차세대 스펙트럼-X 스위치를 출하하기 시작했으며 하반기에 본격적인 물량 증가가 예상됩니다.
브로드컴은 51.2테라비트급 베일리(Bailly) CPO 스위치의 초기 인도를 시작했습니다. 트렌드포스는 이 두 가지를 근거로 이 기술이 시범 배치 단계를 지나 양산 단계에 진입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만 공급망도 발을 맞췄습니다. UMC는 파트너 실리스 테크놀로지와 함께 싱가포르 팹에서 첫 양산용 실리콘 포토닉스 웨이퍼를 완성했고, 글로벌웨이퍼스는 올해 초 일부 실리콘 포토닉스 제품을 양산 단계로 올렸습니다.
홍하이(폭스콘)는 3분기부터 CPO 스위치 출하를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고, 계열사 쉰신 테크놀로지는 TSMC와의 협력으로 51.2테라비트와 102.4테라비트 CPO 제품 모두에서 양산 능력을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파워텍은 브로드컴과 함께 올해 광 엔진 부품을 소량 생산한 뒤 2027년에 완성 스위치로 통합할 계획입니다. 라간 정밀은 파이버 어레이 수주를 계기로 첫 자동화 CPO 라인의 시험 생산을 준비 중이고, ASE는 자사 VIPack 패키징 플랫폼을 중심으로 CPO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SEMICON 타이완의 프로그램 구성 자체가 이 성숙도를 보여줍니다. 올해 실리콘 포토닉스 글로벌 서밋이 처음으로 독립 행사로 열렸고, TSMC의 첨단 패키징 기술개발 부사장 K.C. 쉬와 ASE 전사 연구개발 부사장 C.P. 훙이 공동 의장을 맡았습니다.
시스코가 연결 확장을 주제로 문을 열었고, TSMC의 밍파 첸이 COUPE를 발표했으며, 루멘텀·마벨·UMC·라이트매터·아이멕·소이텍·램리서치·온투이노베이션·피콘텍·어드밴테스트·ENLI가 제조 스택의 층위를 하나씩 나눠 맡았습니다. 어떤 기술에 업계가 별도의 서밋을 내주고, 모든 발표 자리를 서로 다른 생산 공정으로 채운다면, 그것이 되느냐 마느냐의 논쟁은 이미 끝난 것입니다.
물리 다음에 오는 싸움
물리 논쟁에서 이기는 것과 실제 배치 논쟁에서 이기는 것은 다른 문제이고, 앞으로 2년을 좌우할 반론은 대역폭과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정비성입니다. 착탈식 트랜시버는 기술자가 랙 앞으로 걸어가 앞면에서 고장 난 모듈을 뽑고 새것을 꽂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하이퍼스케일 사업자의 현장 데이터는 레이저 광원을 광 시스템의 3대 고장 원인 안에 꾸준히 올려놓고 있어서, 이는 이론적인 편의성 문제가 아닙니다.
광학 부품을 스위치 패키지 안으로 넣으면 그 수리 경로가 사라집니다. 엔진 하나가 고장 나면 슬레드 전체를 교체해 제조사로 보내야 할 수 있고, 5분이면 끝나던 수리가 물류 작업으로 바뀝니다.
업계의 현재 절충안은 레이저만 바깥에 두는 것입니다. 외부 레이저 광원을 앞면 모듈에 남겨 온도를 관리하고 무정지 교체가 가능하게 하면서, 변조기와 검출기만 패키지 안으로 옮기는 방식입니다. 레이저는 열을 싫어하는데, 가동 중인 ASIC 옆의 패키지 내부는 레이저를 놓기에 가장 나쁜 자리 중 하나입니다.
이런 결정들 뒤에 걸린 돈의 규모가 서두르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행사에서 인용된 SEMI 자료는 전 세계 반도체 제조장비 매출을 1,351억 달러, 전년 대비 15퍼센트 증가로 집계했습니다.
별도의 300mm 팹 전망에서는 장비 지출이 올해 1,330억 달러, 2027년 1,510억 달러로 사상 처음 1,500억 달러를 넘고, 2028년 1,550억 달러, 2029년 1,72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봤습니다. SEMI 최고경영자 아지트 마노차는 이를 두고 AI가 반도체 제조 투자의 규모 자체를 다시 설정하고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메모리도 같은 재정의 안으로 끌려 들어오고 있습니다. 메모리 이그제큐티브 서밋은 이제 메모리가 용량만으로 정의되지 않으며 시스템 설계에 얼마나 일찍, 얼마나 깊이 통합되느냐로 정의된다는 문제 제기로 문을 열었습니다. 올해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은 9,750억 달러에 근접하고 메모리만 4,4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구글의 AI·인프라 부문 수석부사장 겸 최고기술자 아민 바흐닷은 수요일 CEO 서밋 기조연설을 맡아, 맞춤형 실리콘과 데이터센터, 고속 네트워크를 다룹니다. 그의 아시아 첫 공개 기조연설입니다. 행사 자체도 역대 최대인 1,300개 이상의 전시업체와 65개국 10만 명 이상의 참관객 규모입니다.
스타트업 구역이 같은 이야기를 작게 되풀이합니다. 실리콘 스타트업 존에는 대규모 AI 시스템용 광 입출력을 다루는 에이야 랩스, 추론용 광 처리 장치를 만드는 뉴로포스, 그리고 표준 CMOS 공정으로 실리콘 스핀 큐비트를 만드는 퀀텀 모션이 나와 있습니다.
이번 주에서 가져갈 것은 특정 기업의 이정표가 아닙니다. AI의 제약이 3년 사이 두 번 옮겨갔다는 사실입니다. 처음에는 알고리즘에서 연산으로, 지금은 연산에서 비트 하나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비용으로 옮겨갔습니다.
올해 일정표를 채운 기술들, 실리콘 포토닉스부터 팬아웃 패널 레벨 패키징, 3차원 적층까지 전부가 같은 질문에 대한 서로 다른 답입니다. 칩은 더 이상 자기 자신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전선을 기다리고 있고, 2026년은 업계가 그 전선을 빛으로 바꾸기 시작한 해입니다.
참고 자료
- Oscar Lazenby, “SEMICON Taiwan 2026 Kicks Off: AI Chips’ Bottleneck Is Wires Connecting Them,” 테크타임스, 2026년 8월 31일.
- “Semicon to put spotlight on CPO, silicon photonics,” 타이베이 타임스·CNA, 2026년 8월 31일.
- SEMI, “SEMICON Taiwan 2026 to Serve as Global Stage Where the Semiconductor Industry Defines What’s Next,” 2026년 8월.
- SEMI, 300mm 팹 장비 지출 전망(2029년까지), 2026년 4월.
- 트렌드포스, 엔비디아 스펙트럼-X 및 브로드컴 베일리 CPO 출하 관련 분석, 2026년.
- EDN 아시아, “SEMICON Taiwan 2026 spotlights breakthroughs in design, memory and optical interconnect.”
- Senko Advanced Components, “The Real Barriers to Co-Packaged Optics: Yield, Reliability, and Serviceability Challenges.”
- SEMICON 타이완 2026 공식 포럼 프로그램, semicontaiwan.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