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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보다 AI다 — 스페이스X가 직원들에게 공개한 1조 달러의 진짜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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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가 지난 11일 스페이스X 전 직원을 향해 올린 29분짜리 사내 영상에서 회사의 미래를 다시 정의했다. 로켓도 스타링크도 아닌 인공지능이 회사의 핵심 매출원이 될 것이라는 선언이었다. 그는 “AI 매출이 다른 모든 사업 라인을 넘어서는 시점이 9월쯤일 것”이라고 못박았다.

스페이스X 팰컨 9 로켓 발사 장면
스페이스X 팰컨 9 로켓 발사 장면 (사진: Bill Jelen, Unsplash, 무료 라이선스)

숫자는 구체적이었다. 스페이스X는 현재 1.4기가와트 규모의 AI 컴퓨팅 용량을 운영 중인데, 머스크는 이를 2027년 말까지 10기가와트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0기가와트의 AI를 가동하면 연간 3000억~5000억 달러의 매출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는 웬만한 국가의 연간 생산량과 맞먹는 규모다. 머스크는 “4~5년 안에 AI가 스페이스X 가치의 99%를 차지할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로켓 재사용을 실현하고 우주에 인터넷망을 다시 깔았던 회사가, 이제 존재 이유 자체를 AI로 옮기고 있는 셈이다.

사실 이 방향 전환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다. 지난 8월 4일 상장 후 첫 실적발표에서 스페이스X는 1조 달러 매출 목표 시점을 2030년으로 1년 앞당겼고, 스타링크가 언젠가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절반 이상을 감당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사내 영상은 그 전망에 구체적인 마감 시한과 전력 수치를 더한 것에 가깝다.

흥미로운 점은 이 AI 매출이 스페이스X가 자체적으로 AI 모델을 훈련시켜 버는 돈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스타링크가 xAI의 작업 부하를 실어 나르는 통신망 역할을 하고, 동시에 스페이스X가 컴퓨팅 용량 자체를 임대해주는 구조다. 실제로 스페이스X는 한 분기에만 AI 인프라에 약 160억 달러를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거대한 베팅의 물리적 실체는 텍사스에 있다. 지난 3월 머스크는 오스틴의 폐쇄된 시홈 발전소에서 ‘테라팹(Terafab)’을 공개했는데, 테슬라·스페이스X·xAI 세 회사가 공동으로 짓는 200억~25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장이다. 목표는 연간 1테라와트급 컴퓨팅 파워로, 이는 현재 세계 최대 파운드리인 TSMC 전체 생산능력의 약 70%에 해당하는 규모다.

테라팹에서 나오는 칩은 두 갈래로 나뉜다. 테슬라 차량과 옵티머스 로봇에 들어갈 AI5 추론칩, 그리고 스페이스X의 궤도 위성군을 위한 D3 칩이다. 머스크는 테라팹 생산능력의 80%를 우주 기반 궤도 AI 위성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는데, 근거는 우주의 태양광 강도가 지표면보다 약 5배 강하고 진공 상태에서는 열 방출이 오히려 유리하다는 계산이다.

이 논리는 이미 스페이스X의 다른 행보와 맞물려 있다. 머스크는 지난 9일 “AI 에이전트가 만드는 인터넷 트래픽이 인간의 사용량을 압도적으로 넘어설 것”이라며, 이런 폭증하는 대역폭을 감당할 수 있는 유일한 통신망이 스타링크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7월 20일 테슬라는 사이버캡에 스타링크 V5 단말기를 처음으로 탑재하겠다고 확정했다.

스페이스X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최대 100만 개 위성으로 구성된 ‘스타마인드(Starmind)’ 구상도 제안한 상태다. 데이터를 실어 나르는 데 그치지 않고 궤도 위에서 직접 AI 연산을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2~3년 안에 우주가 지상보다 AI 컴퓨팅을 배치하기에 더 저렴한 곳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물론 회의적 시선도 만만치 않다. 1.4기가와트를 17개월 만에 10기가와트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은 전례 없는 속도의 인프라 확장을 전제로 한다. 캐시 우드의 아크인베스트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합병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나섰고,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는 2027년 초까지 합병 가능성을 80~90%로 점치고 있다. 머스크는 이런 관측을 거듭 부인하고 있지만, 로켓 회사가 스스로를 AI 인프라 기업으로 재정의하는 흐름 자체는 부인하지 않았다.

결국 이번 발표가 보여주는 것은 우주개발의 우선순위가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머스크는 “화성에 갈 사람은 AI 경쟁에서 스페이스X를 승리로 이끄는 데 기여한 사람”이라는 말로 영상을 마무리했다. 로켓 발사 횟수가 아니라 AI 컴퓨팅 용량이 이제 스페이스X의 성과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어가고 있다.

참고 자료
– Teslarati, “SpaceX’s next trillion dollar bet has nothing to do with rockets, Musk tells staff” (2026.8.11)
– Teslarati, “Elon Musk launches TERAFAB: The $25B Tesla-SpaceXAI chip factory” (2026.3.22)
– Teslarati, “The real reason Elon Musk wants every car connected to space” (2026.8.10)
– Teslarati, “Another Tesla SpaceX merger prediction by ARK Invest has Elon Musk talking” (2026.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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