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6일, 텍사스주 회계감사관실(Comptroller) 웹사이트에 낯선 서류 하나가 올라왔다. 발신자는 테슬라, 사업 코드명은 ‘프로젝트 크리스탈 선(Project Crystal Sun)’이었다. 세금 감면을 받기 위한 절차적 신청서였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테슬라가 지금까지 미국 땅에 제안한 것 중 가장 규모가 큰 제조업 투자였다.
신청서에 적힌 금액은 101억 1,600만 달러, 원화로 14조 원이 넘는다. 부지는 휴스턴에서 남서쪽으로 40분 거리인 포트벤드 카운티 리치먼드 인근, 약 3,050에이커에 이른다. 신청서에는 테슬라의 세무 담당 변호사가 7월 22일 서명했고, 작성은 컨설팅사 크롤(Kroll)이 맡았다고 적혀 있다.
이 신청은 텍사스주의 JETI(Jobs, Energy, Technology and Innovation Act) 프로그램에 따른 10년간 재산세 감면 요청이다. 테슬라는 신청서에서 이 감면이 없으면 다른 주의 경쟁 후보지보다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못박았다. 대형 제조업체가 부지 선정 협상에서 흔히 쓰는 카드다.
신청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장비 목록이다. 잉곳(원기둥형 실리콘 덩어리) 성장, 웨이퍼 절단, 코팅, 금속화·인쇄 라인, 셀 테스트, 클린룸까지 모두 포함돼 있다. 원료인 폴리실리콘을 한쪽으로 넣으면 완성된 태양광 셀과 모듈이 반대쪽으로 나오는, 처음부터 끝까지 수직 통합된 공장이라는 뜻이다.
이런 구조는 미국에서 극히 드물다. 지금까지 미국 내 ‘태양광 제조’라고 불린 시설 대부분은 아시아에서 수입한 셀을 모듈로 조립하는 후공정 위주였다. pv magazine에 따르면 2026년 초 기준 미국의 모듈 조립 능력은 연간 약 60GW인 반면, 셀 자체를 생산하는 능력은 15GW에도 못 미친다. 잉곳부터 모듈까지 한 지붕 아래 만드는 방식은 지금까지 중국이 사실상 독점해 온 영역이었다.

크리스탈 선의 투자 계획은 2026년부터 2028년까지 3년에 걸쳐 집행되고, 2029년 1분기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한다. 자금 배분은 부동산 15억 달러, 장비 86억 달러로 나뉜다. 신청서에 첨부된 경제효과 분석은 이 공장이 완전 가동되면 정규직 9,712명을 고용하고, 향후 38년간 텍사스 주 GDP에 약 1,070억 달러, 세수에 64억 달러를 기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다만 이 숫자들은 테슬라와 컨설팅사가 제시한 추정치이며, 아직 착공 전 단계라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부지 신청서에 나열된 5개 필지 중 일부만 실제로 쓰일 예정이고, 포트벤드 카운티가 재투자 구역을 지정하는 절차도 아직 남아 있다.
이 프로젝트는 일론 머스크가 올해 초 다보스에서 던진 발언과 맞닿아 있다. 그는 스페이스X와 테슬라 팀이 미국 내 연간 100GW 규모의 태양광 발전 설비를 제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3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탈 선은 그 100GW 목표를 현실로 만들 제조 기반의 핵심 축으로 꼽힌다.
실제로 테슬라는 지난 3월 이 목표를 뒷받침하기 위해 중국산 태양광 장비를 29억 달러어치 구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관세로 중국산 셀을 막으면서 정작 셀을 만드는 장비는 중국에서 들여오는 모순적인 상황이, 미국 태양광 제조업이 처한 현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테슬라의 ‘미국산 태양광’ 약속에는 이미 한 번의 실패 전력이 있다. 2016년 테슬라는 솔라시티(SolarCity)를 26억 달러에 인수하며 버펄로 공장을 ‘기가팩토리 2’로 명명했다. 당시 목표는 연 10GW 규모의 태양광 패널 생산이었다.
파나소닉과 손잡고 셀 생산까지 시도했지만 2020년 파나소닉이 발을 뺐다. 태양광 지붕재 솔라루프는 이후로도 수년간 생산 목표를 채우지 못하며, 전문 매체 일렉트렉(Electrek)의 표현을 빌리면 업계에서 ‘가장 민망한 실책 중 하나’로 꼽혀 왔다.
일렉트렉은 이번 크리스탈 선 신청에 대해서도 회사들이 관할권끼리 경쟁시키기 위해 이런 서류를 내는 경우가 많고, 상당수는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101억 달러와 9,712명이라는 숫자를 확정된 약속이 아니라 협상 카드로 봐야 한다고 짚었다. 동시에 이것이 실제로 지어진다면 실리콘부터 모듈까지 미국 땅에서 수직 통합 생산하는 공장이 생기는 것이고, 이는 진짜로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자동차 사업이 정체된 상황에서 에너지 부문은 테슬라 실적의 밝은 축으로 꼽힌다. 2026년 2분기 테슬라의 에너지 저장 장치 출하량 증가율은 자동차 인도량 증가율을 웃돌았고, 텍사스 브룩셔의 메가팩3 공장도 이달 초 가동을 시작했다.
크리스탈 선이 계획대로 지어진다면 이 에너지 사업의 상류 공급망까지 손에 넣는 셈이다. 다만 착공까지는 지방정부의 조세특구 지정과 인센티브 승인 등 넘어야 할 절차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참고 자료
- Fred Lambert, “Tesla files for $10.1B ‘Project Crystal Sun’ solar factory in Texas”, Electrek, 2026.8.11
- Ryan Kennedy, “Tesla files tax incentive application for $10.1 billion Texas solar cell plant”, pv magazine, 2026.8.12
- “Tesla in talks to buy $2.9B in Chinese solar equipment for 100 GW US push”, Electrek, 2026.3.20
- Wikideas1, “Tesla Solar Roof”, Wikimedia Commons, CC0 (2023.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