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스페이스XAI

일론 머스크가 세 단어로 던진 질문 — 반도체 광원의 다음 세대는?

테라팹 조감도
테라팹 조감도, 출처: terafab.ai

1. “FEL FTW” — 세 단어가 만든 소동

2026년 초, X(옛 트위터)에 올라온 테슬라·스페이스X·xAI 합작 반도체 단지 ‘테라팹(Terafab)’의 야간 렌더링 컷 한 장이 예상치 못한 논쟁을 불렀다. 한 이용자가 “이거 싱크로트론(입자가속기) 아니냐, 자유전자레이저(FEL) 기반 EUV 장비를 지을 셈이냐”고 캐묻자, 일론 머스크가 직접 “FEL FTW(Free Electron Laser For The Win)”라는 세 단어로 답했다.

짧은 문장이지만 업계가 술렁인 이유는 하나다. 지금 전 세계 첨단 반도체 생산을 사실상 독점하는 ASML의 광원 방식과는 근본 원리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왜 지금 이 이야기가 나왔는지 이해하려면, 먼저 ASML의 장비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부터 짚어야 한다.

2. ASML도 어쩌지 못하는 ‘빛의 비효율’

3나노미터급 이하 공정에는 파장 13.5나노미터의 극자외선(EUV)이 필수인데, 이걸 뽑아내는 장비는 지구상에 ASML(네덜란드)만 만든다. 대당 가격이 2~3억 달러에 달하는데도, 정작 핵심 부품인 광원의 작동 방식은 손전등에 가깝다 — 전력을 쏟아붓는 만큼 빛이 나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ASML은 ‘레이저생성플라즈마(LPP)’ 방식을 쓴다. 초당 약 5만 개꼴로 미세한 주석(Sn) 방울을 진공 챔버에 쏘아 넣고, 강력한 이산화탄소 레이저로 방울마다 두 차례씩(초당 총 10만 회) 때린다. 첫 번째 펄스는 방울을 얇게 눌러 펴는 예열 역할을, 두 번째 펄스는 이를 플라즈마로 완전히 바꿔 13.5나노미터 빛을 뽑아낸다. 이렇게 만든 빛은 곡면 미러를 거쳐 마스크와 웨이퍼로 순서대로 전달된다.

2016년 첫 양산 투입 당시 100W대였던 출력은 250~500W, 최근 1,000W까지 올라왔고 1,500~2,000W 로드맵도 나와 있다. 문제는 부산물이다. 튀는 주석 방울 잔해가 집광 미러를 조금씩 갉아먹어 반사율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오염을 막으려면 수소 가스를 분당 약 600리터씩 흘려보내야 한다. 이렇게 복잡한 장치를 다 가동해도, 투입 전력 대비 실제 쓰이는 빛의 비율(전력 효율)은 0.1% 안팎에 그친다는 게 업계 추정이다.

3. 머스크가 꺼낸 대안, FEL의 작동 원리

자유전자레이저(FEL)는 발상 자체가 다르다. 전자총에서 뽑은 전자빔을 선형가속기로 광속 가까이 밀어붙인 뒤, N극과 S극이 번갈아 배열된 자석 구간 ‘언듈레이터’에 통과시킨다. 전자가 이 자기장 속을 지그재그로 지나며 에너지를 흘리는 과정에서, 스스로 만든 빛과 다시 상호작용하며 특정 파장만 골라 키우는 ‘자발증폭방출(SASE)’ 현상이 일어난다. 원자에 묶인 전자가 빛을 내는 보통 레이저와 달리, FEL 속 전자는 원자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개념 자체는 1971년 스탠퍼드의 존 매디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EUV 광원 후보로 본격 거론된 건 2015년 글로벌파운드리의 제안부터다. 지금 가장 앞서 있는 곳은 일본 고에너지가속기연구기구(KEK)로, 전자의 남은 에너지를 회수해 재사용하는 ‘에너지회수형 선형가속기(ERL)’ 구조를 쓴다. 2023년 KEK는 17메가전자볼트급 전자빔으로 파장 20마이크로미터짜리 적외선까지는 만들어냈지만, 목표인 13.5나노미터 EUV까지 가려면 800메가전자볼트급의 훨씬 큰 가속기가 필요해 갈 길이 남았다. 미국에서는 스탠퍼드 선형가속기센터(SLAC) 출신들이 세운 xLight가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와 함께 이 기술을 다듬고 있다.

4. 두 방식, 정면으로 비교하면

가장 큰 차이는 설비 배치다. ASML 방식은 노광장비 한 대에 광원 하나가 통째로 붙는다. 반면 FEL은 대형 가속기 하나를 중앙에 두고 빔라인(배관)으로 여러 노광장비에 빛을 나눠주는 ‘발전소’ 구조다. 지금까지 연구·특허 문헌에서 언급되는 분배 규모는 대략 8~10대 수준이다.

이 차이가 곧바로 성능·경제성 차이로 이어진다. 우선 오염 문제 — FEL은 애초에 주석을 쓰지 않으니 미러 오염이라는 골칫거리 자체가 없다. 전력 효율 면에서도 KEK 시험 장치 데이터를 환산하면 FEL이 LPP보다 수 배에서 많게는 수십 배까지 유리할 것으로 추산된다(다만 이는 13.5나노미터 EUV가 실제로 구현되기 전 단계의 이론적 추정치다). 대신 FEL은 ‘한 광원을 여러 대가 나눠 쓸 때’만 비용 이점이 생기는 구조라, 노광장비가 수십~수백 대 규모로 몰려 있는 초대형 팹이 아니면 오히려 손해다.

5. 그럼에도 아직 넘지 못한 벽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실증 공백이다. 어떤 FEL 장치도 지금까지 13.5나노미터 EUV 파장을 실제로 뽑아낸 적이 없다. 이 분야 최선두인 KEK조차 아직 적외선 단계에 머물러 있다. 투자 규모도 가볍지 않다. 새 가속기 하나 짓는 데만 연구기관 추산 2억 6천만~4억 달러가 들고, 여러 노광장비로 빛을 정밀하게 나눠줄 광배관 시스템도 새로 개발해야 한다.

흥미로운 건 ASML의 태도다. 이 회사는 과거 두 차례(약 10년 전,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 걸쳐 FEL을 검토했지만 결국 리스크가 낮은 LPP 노선을 택했다. 세계 유일의 EUV 장비 제조사가 이미 한 번 걸러낸 카드라는 점은, FEL이 넘어야 할 벽이 기술만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6. 왜 하필 지금, 테라팹에서 나왔나

여기서 테라팹 이야기가 다시 연결된다. 테라팹은 텍사스에 최소 550억~1,190억 달러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고, 월 100만 장의 웨이퍼 생산과 연간 1테라와트시(TWh)급 AI 연산 능력 확보를 목표로 내건다. 이 정도 물량을 뽑아내려면 노광장비를 수백 대 단위로 깔아야 한다 — 앞서 짚은 대로, FEL이 비용상 유리해지는 바로 그 규모다.

노광장비마다 광원을 따로 내장하는 ASML식 구조보다, 광원 하나로 여러 장비를 동시에 돌리는 FEL식 ‘발전소’ 구조가 이 정도 메가팹에서는 총소유비용(TCO) 측면에서 유리해질 여지가 있다는 계산이 성립한다. 다만 이건 설계 개념 수준의 추론일 뿐이고, 머스크의 트윗도 확정된 사업 계획이라기보다 방향성을 암시하는 짧은 코멘트에 가깝다는 점은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정리하면, FEL은 물리학적으로는 탄탄한 대안이지만 아직 실험실 벽을 넘지 못했고, ASML조차 리스크를 이유로 채택하지 않은 기술이다. 머스크의 “FEL FTW” 한마디가 실제 설비로 이어지려면 KEK·xLight 같은 연구기관들이 EUV 파장 발진이라는 첫 관문부터 뚫어야 하고, 그 사이 상당한 시간과 자본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 IEEE Spectrum, Asianometry, TrendForce, CNBC, Tom’s Hardware, KEK 공개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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