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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의 EUV 독점을 컨테이너 Size 입자가속기가 위협하다

지난 7월 말, 미국 에너지부는 ‘제네시스 미션’이라는 이름의 연구비 지원 대상 명단을 발표했다. 그 안에는 샌프란시스코의 작은 스타트업 인버전 세미컨덕터가 있었다.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의 가속기 기술 부서와 함께 75만 달러를 받아 ‘자가 최적화 디지털 트윈’을 만드는 과제였다. 겉보기엔 소박한 지원금이지만, 이 회사가 하려는 일은 결코 소박하지 않다. 반도체를 찍어내는 빛의 원천 자체를 입자가속기로 바꾸는 일이다.

지금 전 세계 첨단 반도체 공장은 사실상 네덜란드 기업 ASML 한 곳에만 의존한다. 7나노미터 이하 미세공정에 필수인 EUV(극자외선) 노광 장비를 만드는 곳이 ASML뿐이어서, 장비 한 대 값은 1억 달러를 훌쩍 넘고 최신 하이-NA 모델은 3억 달러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 비싼 장비조차 물리적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의 EUV 광원은 초당 수만 번씩 날아가는 주석 방울에 강력한 레이저를 쏴 플라스마를 만들고 그 빛을 모아 쓰는 방식인데, 사방으로 빛을 뿌리는 백열전구에서 원하는 파장만 애써 걸러내는 것과 비슷해 대부분의 에너지가 열로 사라진다. 은퇴한 제퍼슨연구소 과학자 스티븐 벤슨의 추산에 따르면 전체 시스템의 ‘벽면 콘센트 대비 효율’은 0.1%에도 못 미친다.

인버전 세미컨덕터를 비롯한 스타트업들이 주목하는 대안은 발상 자체가 다르다. 백열전구 대신 레이저 포인터처럼 한 방향으로 결이 맞는 빛을 쓰자는 것이다. 이런 결맞음 빛을 만들려면 전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한 뒤, 자석을 촘촘히 배치한 ‘언듈레이터’ 구간을 통과시켜야 한다. 전자가 자석 사이를 지그재그로 지나가며 뿜어내는 빛들이 서로 보강간섭을 일으켜 레이저처럼 한 파장으로 증폭되는데, 이런 장치를 ‘자유전자레이저(FEL)’라고 부른다.

원리 자체는 새롭지 않다. 스탠퍼드선형가속기센터(SLAC)나 독일 유럽 XFEL 같은 대형 연구시설은 이미 이 방식으로 세상에서 가장 밝은 X선을 만든다. 다만 그 대가로 시설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커진다. 유럽 XFEL의 가속기 터널은 길이만 3.4킬로미터에 이른다 — 반도체 공장 안에 들여놓을 수 있는 크기가 아니다.

인버전 세미컨덕터의 승부수는 바로 이 크기를 줄이는 것이다. 이 회사는 ‘레이저 웨이크필드 가속(LWFA)’이라는 기법으로 전자를 가속하는데, 강력한 레이저 펄스가 플라스마 속에 만드는 파동을 이용해 수 킬로미터가 아니라 수 센티미터 거리에서 전자를 가속시킨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이 방식으로 기존 입자가속기를 1000분의 1 크기, 컨테이너나 책상 정도의 부피로 줄일 수 있다.

이 스타트업이 제시하는 목표 수치는 구체적이다. 같은 개구수 조건에서 트랜지스터 밀도를 두 배로 높이고, 노광기 한 대당 처리량을 세 배로 늘리며, 웨이퍼 처리 속도도 세 배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파장도 13.5나노미터부터 6.7나노미터까지 조절 가능한 ‘튜너블’ 광원을 지향한다. 하지만 이 대담한 숫자에 회의적인 시선도 만만치 않다.

퍼듀대에서 극한환경 소재를 연구하는 아메드 하사네인 교수는 “신뢰성 있고 성숙한 시스템을 만들기까지 수많은 난관을 거쳐야 하며, 상당한 투자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벤슨 박사도 “충분한 투자 약속이 뒤따르지 않으면 이런 광원 기술이 반도체 산업에 제때 도움이 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ASML도 10년 전과 최근 두 차례 입자가속기 방식을 검토했지만, 그때마다 지금의 레이저-플라스마 방식이 위험 부담이 더 적다고 판단해 손을 대지 않았다.

비슷한 아이디어를 좇는 곳은 인버전 세미컨덕터만이 아니다. 텍사스 기반 TAU 시스템스도 같은 LWFA-FEL 조합으로 컴팩트 광원을 개발 중이며, 최고경영자 제롬 파예는 “콤팩트 가속기 기술 자체는 이미 입증됐고, 남은 과제는 반복률과 평균 출력을 산업 현장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팰로앨토의 엑스라이트는 SLAC 출신 인력을 주축으로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와 초전도 공동 기술을 연구 중이고, 일본 KEK는 조금 다른 갈래에서 ‘에너지회수형 선형가속기(ERL)’ — 한 번 쓴 전자빔의 에너지를 회수해 재활용하는 방식 — 를 오래 파고들어 왔다. 상용화되면 지금의 라인당 10킬로와트급 EUV 광원을 더 낮은 운영비로 여러 노광기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지만, 실험동 크기가 가로 60미터·세로 20미터에 이를 만큼 여전히 크다는 한계가 있다.

3.4킬로미터짜리 유럽 XFEL, 60미터짜리 KEK 실험동, 컨테이너 한 대 크기를 노리는 스타트업들까지 — 가속기 기반 광원은 세대를 거듭할수록 점점 작아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 분야에 미국 정부와 민간 투자가 다시 몰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AI 반도체 수요가 지금의 하이-NA EUV로도 감당하기 버거운 속도로 늘고 있어서다.

지금 방식으로는 미세 패턴 하나를 새기는 데도 노광을 여러 번 나눠 하는 ‘멀티패터닝’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시간과 비용이 늘어난다. 컴팩트 가속기 광원이 실제로 산업 현장에 들어온다면 ASML 한 곳에 쏠린 첨단 노광 장비 공급망의 판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그 시점이 언제일지는 아직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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