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치매·알츠하이머, 지금 어디까지 왔나

진단: 혈액검사가 값비싼 뇌 스캔을 대신할 수 있을까

그동안 알츠하이머병을 확인하려면 방사성 의약품을 주사한 뒤 촬영하는 아밀로이드 PET 검사나, 허리에 바늘을 꽂아 뇌척수액을 채취하는 검사에 의존해야 했다. 두 검사 모두 비용이 크고 접근성이 낮다. 글로벌 제약사 릴리는 2026년 7월 런던에서 열린 국제알츠하이머병협회 학술대회(AAIC 2026)에서, 아직 증상이 없는 사람에게서도 혈액검사(P-tau217)가 아밀로이드 PET와 비슷한 수준으로 이상단백질을 가려낼 수 있다는 데이터를 발표했다. 채혈만으로 검사가 끝난다는 점에서 조기 선별 접근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결과지만, 회사 측도 아직 무증상자 대상 정식 진단 용도로는 승인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의사가 뇌 MRI 스캔 영상을 살펴보는 모습

신약 파이프라인: 국내 기업들의 잇단 도전

같은 학회에서는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성과도 여럿 발표됐다. 아리바이오는 경구용 알츠하이머 치료 후보물질 ‘AR1001’의 글로벌 임상 3상(POLARIS-AD, 13개국 230개 기관·환자 1,535명)에서 마지막 환자 방문까지 모두 마쳤다고 밝혔다. 기존 승인 치료제 상당수가 정맥주사나 병원 방문이 필요한 항체 치료제인 것과 달리, AR1001은 매일 집에서 먹는 알약 형태여서 성공할 경우 환자 접근성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유효성을 가늠할 세부 데이터는 11월 국제 학회 발표 전까지 공개되지 않는다.

아리바이오는 알츠하이머병 다음으로 흔한 퇴행성 치매인 루이소체 치매를 겨냥한 후보물질 ‘AR1005’의 국내 임상 2a상 중간분석에서도 인지변동·뇌파 지표 개선 신호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한편 지투지바이오는 매일 먹는 도네페질 계열 치매약을 한 달에 한 번 주사로 대체하는 장기지속형 제형 ‘GB-5001’의 임상 1상 반복투약 데이터를 공개했다.

140mg·280mg 투여군이 각각 기존 치매약 아리셉트 5mg·10mg과 비슷한 등가 용량을 보여, 매일 복용을 잊거나 거르는 환자들의 순응도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로 주목받았다. 다만 이 역시 아직 건강한 성인 대상 안전성·약동학 데이터 단계이며, 실제 환자의 인지기능 개선 효과는 추가 임상이 필요하다.

알약과 캡슐이 놓인 제약 연구실 실험대

새로운 표적의 발견: TAOK1

미국 밴더빌트대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단백질 ‘TAOK1’을 세계 최초로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화합물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당장 처방 가능한 신약은 아니지만, 그동안 실험적으로 손댈 방법이 없었던 단백질을 자유롭게 조작할 수 있는 도구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신약 개발의 상류 단계를 여는 이정표로 평가된다.

왜 병리가 쌓여도 증상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벨기에 VIB·KU 루벤대·영국 UK-DRI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같은 정도로 아밀로이드·타우 단백질이 뇌에 쌓여도 뇌의 면역세포(미세아교세포)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누군가는 치매로 진행하고 누군가는 인지 기능을 그대로 지킨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100세 넘게 살면서도 인지 기능이 건강했던 ‘백세인’의 기증 뇌 조직까지 비교 분석해, 아밀로이드 중심 단계에서 타우·신경퇴행 단계로 넘어가는 ‘전환점’에서 미세아교세포의 반응 양상이 갈린다는 사실을 짚어냈다. 병리 자체보다 면역 반응이 실제 발병 여부를 가른다는 이 발견은, 향후 신약이 어떤 단계·어떤 환자를 겨냥해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제공한다.

한눈에 보는 7건 비교

주체후보물질·기술대상단계핵심 결과
릴리혈액검사(P-tau217)무증상자 조기선별데이터 발표(AAIC 2026)아밀로이드 PET와 유사 수준 판별력
아리바이오AR1001(경구제)초기 알츠하이머3상 완료(결과 11월 발표)환자 1,535명, 52주 투약 마무리
아리바이오AR1005루이소체 치매2a상 중간분석인지변동·뇌파 지표 개선 신호
지투지바이오GB-5001(월 1회 주사)치매 전반1상 반복투약기존 경구제와 등가 용량 확인
밴더빌트대TAOK1 억제 화합물기초연구(도구 화합물)전임상 도구 개발표적 선택적 조작 가능한 최초 화합물
VIB·KU루벤 등미세아교세포 메커니즘 연구기초연구네이처 메디신 발표병리-증상 불일치의 면역학적 원인 규명

종합해보면

한 달 남짓한 기간에만 진단(혈액검사), 치료(경구제·주사제·새 표적 화합물), 기초 메커니즘(면역세포 반응) 연구가 모두 보도됐다는 것은, 치매 연구가 여러 전선에서 동시에 진전되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소개된 신약 후보 대부분이 아직 임상 1~3상 진행 또는 완료 단계이고, 확정적인 유효성 데이터는 대부분 올해 하반기 이후 학회 발표를 기다려야 한다는 공통된 한계도 있다. 일반 독자 입장에서는 “치매 치료제가 곧 나온다”는 성급한 기대보다, 진단·치료 접근성이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는 흐름을 지켜보는 편이 현실적이다.

참고 원문

이미지 출처Pexels (무료 이미지, 별도 저작자 표시 불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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