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같은 게임, 다른 결과
화면 속 풍선을 불수록 보상이 커지지만, 너무 욕심내다 터뜨리면 그 판은 통째로 무효가 되는 게임이 있다. 캐나다 맥길대학교 연구진이 이 게임을 이용해 실험을 해봤더니, 등을 곧게 펴고 앉은 참가자들이 구부정하게 앉은 참가자들보다 풍선을 더 키우면서도 더 많은 보상을 챙겼다.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자세 하나가 위험을 감수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놓았다는 것이 연구진의 결론이다. 이 결과는 국제학술지 <영국 심리학 저널(British Journal of Psychology)>에 실렸다.
2. 왜 이 연구가 다른가 — 파워포즈 논쟁을 넘어서려는 시도
‘자세가 마음을 바꾼다’는 이른바 파워포즈(power pose) 가설은 그동안 학계에서 숱한 논쟁의 대상이었다. 참가자들이 실험 의도를 눈치채고 연구자가 기대하는 대로 반응했을 가능성, 즉 결과가 진짜 자세 효과가 아니라 ‘눈치껏 맞춰준 행동’일 수 있다는 의심이 꾸준히 제기됐다. 맥길대 연구팀은 이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해, 참가자 스스로 자신의 자세가 조작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게 실험을 설계했다.
3. 눈치채지 못하게 자세를 바꾼 방법
연구팀은 맥길대 구성원 약 200명을 모집하면서, ‘태블릿 앱을 평가하는 실험’이라고만 안내했다. 실제로는 한 그룹에게는 태블릿을 높은 거치대에 올려줘 자연스럽게 허리를 세우고 앉게 만들었고, 다른 그룹에게는 태블릿을 낮은 책상에 평평하게 놓아둬 몸을 구부정하게 숙이도록 유도했다. 자세를 지시한 적은 한 번도 없다 — 태블릿 위치만 바꿨을 뿐이다.
연구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영상 소프트웨어로 참가자들의 목 각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자세 조작이 실제로 의도한 대로 이뤄졌는지 객관적으로 검증했다. 실험이 끝난 뒤 진행한 면담에서는 대부분의 참가자가 “내 자세가 유도됐다는 걸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4. 무엇이 달라졌나
이후 모든 참가자는 앞서 소개한 풍선 게임을 했다. 결과는 뚜렷했다. 바른 자세로 앉았던 그룹은 더 큰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더 많은 보상을 얻었고, 설문에서도 ‘자부심’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유의미하게 더 많이 보고했다.
| 구분 | 구부정한 자세 | 바른 자세 |
|---|---|---|
| 긍정 감정(자부심) | 상대적으로 낮음 | 유의미하게 높음 |
| 위험 감수 게임 성과 | 상대적으로 낮음 | 더 큰 보상 획득 |
| 자세 조작 인지 여부 | 대부분 알아차리지 못함 (면담으로 확인) | |
5. 무모해진 게 아니라 더 잘 판단한 것
연구를 이끈 조지 아모니 맥길대 교수는 이 결과를 두고 “참가자들이 더 무모해진 게 아니라, 위험을 더 효과적으로 다룬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바른 자세가 사람을 겁 없이 만든 게 아니라, 상황을 더 침착하게 판단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도록 도왔다는 해석이다.
6. 한계는 분명하다
연구팀 스스로도 과대 해석을 경계했다. “자세를 바꾼다고 인생이 극적으로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효과의 크기 자체는 크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번 실험은 통제된 실험실 환경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실제 사무실이나 가정에서도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7. 일상에 적용한다면
그럼에도 이 연구가 시사하는 바는 작지 않다. 책상과 의자 높이 같은 사무 환경의 사소한 설계 요소가 기분과 의사결정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재택근무와 장시간 앉아서 일하는 생활이 흔해진 요즘, 모니터나 노트북 받침대를 눈높이에 맞춰 허리를 펴고 앉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은 단순한 ‘자세 교정’을 넘어 기분 관리와 업무 효율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출처: McGill University Newsroom, “Posture can influence your mood and behaviour, McGill study suggests”(2026.08.05 게재) / British Journal of Psychology 게재 논문(Wainio-Theberge & Amory, 2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