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스페이스XAI

전기차보다 빠르게 크는 테슬라, 진짜 엔진은 배터리다

지난 8월 6일,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SNS 계정에 짧은 메시지를 남겼다. “메가팩3 생산이 시작됐다. 테슬라 메가팩 팀, 축하한다.” 텍사스주 브룩셔에 새로 지은 메가팩 전용 공장에서 첫 제품이 라인을 타고 나온 순간이었다.

이 소식이 단순한 신제품 출시 이상으로 읽히는 이유는 숫자에 있다. 2026년 2분기 테슬라는 13.5GWh의 에너지 저장 제품을 출하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보다 41%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테슬라의 상징인 전기차 인도량은 25% 늘었다. 회사의 두 축 중 사람들이 덜 주목하는 쪽이, 사실은 더 가파르게 크고 있는 셈이다.

이 성장의 실질적인 비결은 배터리 셀 자체가 아니라 ‘메가블록’이라 불리는 새로운 조립 방식에 있다. 메가블록은 메가팩3 네 대(약 20MWh)와 변압기·개폐장치를 공장에서 미리 하나로 통합해 내보내는 제품으로, 기존에는 현장에서 일일이 연결하던 고압 배전 배선 작업 상당 부분을 공장 안으로 옮긴 것이다. 효과는 숫자로 뚜렷하다. 테슬라에 따르면 메가블록을 쓰면 1에이커 부지에 248MWh를 배치할 수 있고, 1GWh 규모 저장 시설을 영업일 기준 20일 안에 설치할 수 있다. 설치 기간은 기존보다 약 23% 짧아지고, 건설 비용은 최대 40%까지 줄어든다.

이 모든 물량을 받쳐주는 건 결국 공장이다. 브룩셔 공장은 착공에서 가동까지 단 16개월이 걸렸고, 설계 생산능력은 연간 50GWh — 메가팩3 기준으로 매년 약 1만 대를 만들 수 있는 규모다. 가동을 시작하자마자 이 공장은 테슬라의 기존 최대 거점이던 캘리포니아 래스롭 공장의 생산량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제품 자체도 진화했다. 2019년 출시 당시 메가팩의 용량은 약 3MWh였고, 2022년 메가팩2 XL은 3.9MWh로 늘었다. 이번 메가팩3는 한 대당 약 5MWh, 같은 부피에 28% 더 많은 에너지를 담는다.

용량이 늘어난 핵심은 배터리 셀 자체를 키운 데 있다. 메가팩3는 2.8리터급의 더 큰 셀을 채택해 같은 크기의 함체 안에 더 많은 용량을 밀어 넣었다. 여기에 냉각 시스템의 배관 연결부를 기존보다 78% 줄여, 액체 냉각 장치에서 흔히 발생하는 누수나 고장 위험도 함께 낮췄다.

이 성장세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축은 다름 아닌 스페이스X다. 스페이스X는 올해 들어서만 테슬라 메가팩을 사들이는 데 3억 2900만 달러를 썼다. 1분기 3400만 달러였던 지출이 2분기에는 2억 9500만 달러로 급증했는데, 업계에서는 이 물량 상당수가 머스크의 AI 기업 xAI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용도로 보고 있다. 같은 사람이 최대주주 겸 최고경영자를 맡은 두 회사가 서로의 제품을 사고파는 이 구조는, 스페이스X에는 급증하는 AI 연산 수요에 대응할 전력 저장 설비를, 테슬라에는 안정적인 대형 고객을 동시에 안겨준다.

수요는 스페이스X 한 곳에 그치지 않는다. 테슬라는 지난 6월 유럽 전력회사 내트파워와 25GWh 규모, 50억 달러짜리 메가팩 공급 계약을 맺었고, 데이터센터 운영사들도 만드는 대로 저장장치를 사들이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올해 미국 전역에 24GW의 유틸리티급 배터리 저장설비가 새로 추가될 것으로 내다보는데, 이 중 절반이 넘는 12.9GW가 텍사스에 몰려 있다.

물론 순탄하지만은 않다. 중국의 CATL·BYD, 미국의 플루언스 등이 같은 시장을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고, 기존 래스롭·상하이 공장이 이미 풀가동 상태였던 점이 브룩셔 신규 투자를 재촉한 배경이기도 하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수입 리튬인산철(LFP) 셀에 매기는 관세까지 겹치면서 테슬라 에너지 사업의 매출총이익률은 낮아지는 추세다.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 집계로는 2026년 2분기 메가팩의 MWh당 매출이 23만 2500달러로 역대 최저, MWh당 이익도 4만 7400달러로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럼에도 업계는 메가블록이 가져온 변화를 가볍게 보지 않는다. 일렉트렉은 “그리드 배터리 사업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셀 성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계통 연계와 인허가, 현장 배선처럼 화려하지 않은 작업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라며 “이 과정을 공장 안으로 옮긴 것은 슈퍼차저 사업에서 테슬라가 썼던 것과 같은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화려한 스펙 경쟁보다 설치 속도와 비용을 줄이는 쪽이 실제 보급 속도를 좌우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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